키워드: 꿈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다. 대학원 수업을 들으며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었을 때, 나는 그동안 꿔왔던 수많은 꿈들 중 기억에 남는 꿈들을 다시 생각해봤다. 나의 무의식에서 나온 것들이 맞는 것 같다고 동의했다. 꿈을 꾸고 나면 해몽을 찾아보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무의식의 발현이긴 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오늘로 45일. 한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는 엄마를 그리워하고, 약간의 원망을 내비치기도 한다. 어떻게 한번을 안 나오냐고. 나오더라도 얼굴이 안 보인다고. 그런 나에게 어른들은 “원래 보고 싶은 시기엔 안 나오다가 한참 있으면 나온다고 하더라.” 라는 말씀으로 위로해주신다. 지금은 꿈에 안 나오시는게 잘 지내시는 뜻인 거라고도 말씀해주신다.

지금 이 백일장 덕에 생각나는 대로 써본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이래서 좋은 것이구나.

그래. 꿈은 무의식의 발현. 그렇다면 내가 의식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꿈을 꾸지 못한다는 것이 아닐까? 엄마를 미치도록 그리워하고 잠들기 직전까지 엄마를 불러봐도 엄마는 꿈에 나오지 않는다. 어른들의 ‘한참 있으면 나온다’는 것은 나의 의식에 있는 엄마가 무의식으로 넘어갔을 때, 그때에서야 진정한 엄마의 꿈을 꿀 수 있다는 걸까.

12년 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처음 맞는 나의 음력 생일에 꾼 꿈이 기억난다. 부엌에 갔더니 할머니가 오색 떡, 수육 등 맛깔스러운 음식들을 막 준비하고 계셨다. “우와, 할머니! 뭐예요?!” 그러고 깼다. 이 또한 무의식의 발현인가? 그렇지 않다. 나는 그 즈음이 내 생일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으므로. 그 꿈을 꾸고 나는 수학여행에 다녀오느라 깜빡하고 있었다. 다녀온 뒤 집에서 생일파티를 열어줘 알게 되었다. 할머니가 내 생일상을 차려주셨다는 것을.

진실로 꿈은 무의식의 발현일까?

혹은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하는걸까. 이제 나는 후자에 걸어본다. 설명되지 않는 어떤 힘이 엄마와 나를 꿈에서 만나게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_뭉친 제이

<aside> 🐝 뭉클’s comment 프로이트로 시작해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지는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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