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평범함, 동경

어린 시절 외모도 성격도 다 못났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들은 잊을 수 없는 한마디가 있다.

"너는 정말로 밝고 착해. 친구들도 잘 도와주고 모두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모습이 멋져. 애들도 다 너를 좋아하고 있어. 나는 네 성격이 부러워."

수현이처럼 내가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고요처럼 이쁘지도 않았고 지아처럼 용감하게 자신의 생각을 똑 부러지게 말하지도 못했다. 나는 늘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늘 생각했고 조금씩 노력하기로 했다. 고요처럼 예뻐질 수 없겠지만 운동을 하고 단정한 차림으로 다니려고 노력했다. 공부도 조금씩 했고 취미 생활로 악기도 배웠다. 친구들은 나의 변화에 신기해했고 나는 전보다 훨씬 명랑해졌다. 친구도 많아지고 반장도 맡았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활발하고 교우관계가 원만하며, 리더십도 있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하지만 예쁜 친구들을 볼 때마다 주눅 들었고 친구들의 반응과 태도에 많은 신경을 썼다. 나의 진짜 모습을 들킬까 봐 스스로 더 포장했고 그럴수록 더 불안해졌다. 지금 내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인지 꾸며낸 모습인지 나조차도 혼란스러웠다. 그때 빈 구석을 채운 배경화면 같아 무시하던 친구와 우연히 대화할 기회가 생겼는데 본인이 관찰해온 나도 모르고 있던 내 모습들을 말해주었다. 너의 그런 모습들이 멋지고 부럽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친구가 지켜본 내 모습은 호감을 사기 위해 꾸며낸 내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진짜 '나' 라고 믿어준 친구에게 부끄러워졌다. 그날 이후 나는 정말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꾸며낸 친절함이 아닌 진짜 친절함. 칭찬 받으려고 하는 도움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배경화면 같은 친구들을 무시하는 마음도 내다 버렸다.

나는 이제 무던하게 대할지언정 꾸며낸 친절함으로 상대방을 대하지 않는다. 내가 친절하고 싶을 때 진짜 친절함으로 상대방을 대한다. 칭찬을 받거나 조금 나은 사람이 되고자 도움을 주지 않고 상대방이 정말 도움이 필요해 보일 때 조용히 도움을 주고 뿌듯함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수현이처럼 돕고 싶은 마음과 미움 받기 싫은 마음 사이에서 어쩌지 못할 때도 분명 있지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한다. 누군가의 미움을 받는 일이 내가 나를 미워하는 것보다 낫다. 특별하고 멋있지 않아도 내 마음에 드는 정도로만 지구력 있게 살아야지.

<aside> 🐝 뭉클’s comment 읽는 내내 뭉친 밍이 님은 참 단단하고 멋진 분이라 감탄했습니다. 때로 가장 평범한 이야기가 가장 ‘사람’의 이야기, 우리의 진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우리 함께 지구력 있게 살아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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